“미국 최저임금 15달러 캠페인은 전통적 노조조직 방식보다는 시민권 확대 운동과 유사하게 진행됐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모으고,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가 교섭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먼저 파업에 나섰고 사회와 언론에 저임금 노동자 처지를 알렸으며 지방정부가 나서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주요도시에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정했고 1천만명 이상의 저임금 노동자 시급이 최근 3년간 3~7달러 정도 올랐습니다.”
니콜라스 러디코프 전미서비스노조(SEIU) 코디네이터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전략조직화 강연회에서 “캠페인 과정에서 노조라는 단체와 그 활동이 주목받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노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향상됐다”며 “노조 활동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최저임금 인상 열풍, 노조 지지율 높여
지난해 미국 지방정부의 잇단 최저임금 인상 소식은 우리 사회에도 최저임금 인상 기대를 높였다.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애틀 같은 대도시와 주정부 중에서는 뉴욕주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초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38%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최저임금 인상 열풍 이면에는 2012년부터 최저임금 15달러 캠페인을 벌였던 전미서비스노조와 국제식품연맹(IUF)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
이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5달러 미만 시급을 받는 노동자가 전체의 42%인 6천40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패스트푸드 산업 종사자들은 젊은 층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40대 이상이 40%나 됐고 종사자 중 32%는 부양이 필요한 자녀를 두고 있었다.
러디코프 코디네이터는 “이들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세금으로 소득을 보전(근로장려세제·EITC) 받고 있었다”며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엄청난 이윤을 남기면서도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 세금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분노했다”고 전했다.
2012년 12월 뉴욕시에 200여명의 패스트푸드 노동자가 모여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원한다”고 외쳤다. 이 소식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미국 전역에 급속히 퍼졌다.
이듬해인 2013년 초에는 시카고·디트로이트·세인트루이스·밀워키·시애틀에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해 8월에는 미국 100여개 도시로 확산했다. 2014년까지 이어진 파업에서 500여명의 노동자가 연행됐다. 지난해 4월에는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면서 기존 노조 일부가 파업에 동참했다.
러디코프 코디네이터는 “미국에서는 노조를 만들지 않고도 파업이 가능한데, 실제 그런 경우는 드물다”며 “패스트푸드 노동자 파업은 최저임금을 받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 전국적으로 확산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조직 노동자들이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노조활동에 대한 지지도가 2014년 53%에서 지난해 58%로 올랐다. 미국 시민단체인 전미고용법프로젝트(NELF) 조사에 따르면 15달러 미만을 받는 노동자의 노조 지지도는 72%까지 치솟았다.
그는 “연방 최저임금(7.25달러)의 두 배가량인 15달러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노조 내부에서도 ‘너희 미쳤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실태를 반영한 과감한 주장이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냈고 불과 3년 만에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은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각각 15달러와 12달러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정치적 이슈로 부상한 최저임금 1만원
미국 15달러 캠페인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운동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2012년 대선 때 무소속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청소노동자 김순자씨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 알바노조 같은 단체를 중심으로 요구가 확산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식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4·13 총선 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었다.
러디코프 코디네이터는 “우리는 자신을 직접 고용한 소규모 사업주를 타깃으로 하지 않고 산업 전반을 통제하는 초국적 기업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15달러 캠페인이 노조 조직화로 이어지도록 국제연대 같은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