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3-18 18:51
글쓴이 :
징검다리 (58.87.61.109)
얼마전 문화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새터민 여성복서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의 권투경기를 눈물로 본적이 있다. 스포츠가 이렇게 인간적 감동을 줄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낀 스포츠 중계였다. 최현미는 북한을 탈출하여 외톨이가 되었고, 쓰바사는 자신을 자랑하며 경기를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복싱은 그들에게 서글픈 현실을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들은 권투를 통해 꿈을 나누는 동지이지 결코 거꾸러뜨려 짓밟아야할 적이 아니었다. 승과 패가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하는 그 순간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여기에 '사활을 건 한일 국가대표 경기'라는 딱지를 붙였다면 이런 감동이 나왔을까 생각해 본다.
나와 같은 이름 김용화가 메가폰을 잡은 '국가대표'.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도대체 국가가 나에게 해준게 뭐가 있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세상을 향해 침을 뱉을 것 같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군상들다. 이들은 미개지 스키점프에서 국가를 대신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는 그들을 이용하기만 하는데 그들은 눈물범벅의 국민의례로 화답한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당신이 국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봐라.'는 케네디의 말을 수십년간 주입시켜 온 국가교육의 위대함을 보게 된다. 국가와 국민 중 누가 주인인지 분명해진다.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고난의 길은 언제나 힘없는 사람들의 몫임은 스포츠나 사회나 매 한가지이다.
김연아. 로이터통신이 김연아의 적은 아사다 마오가 아닌 5천만 한국인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로 김연아는 한국에서 동계스포츠의 상징이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를 보더라도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는 김연아의 피겨와 나머지 종목으로 구분될 정도이다. 그 이면에는 언론이 있다. 언론은 광고로 먹고 산다.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가 삼성에 굴복할 만큼 광고는 언론의 천적이다. 이 광고를 김연아가 하고 광고주는 재벌이다. 김연아 파이가 커질수록 그 이익은 고스란히 재벌로 간다. 김연아가 많은 국민에게 준 할 수 있다라는 희망과 정상오른 대리만족의 밑바탕에는 수백억에 이르는 광고 효과와 매출증대 그리고 광고비 부담에 따른 '권장소비자가격 인상'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광고 효과만 700억대라고 한다. 이른바 상생 윈-윈이다.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전자가 허무할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같은 스포츠인데도 어떻게 다가오는가에 따라 인간 감동으로 국가주의로 자본주의로 나타난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드라마에서 인간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른 악마가 대신할 때 스포츠는 최면을 거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벤쿠버라는 환각제를 맞은 우리들 깨어나도 여전히 행복하십니까?
